top of page

짐본즈+조안나&스후라&벤술루+데모라&체콥스콧할로윈파티 

@  @ YLWC0dh

1. 짐본즈+조안나

호들갑 떠는 조안나의 모습에 할로윈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커크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끙끙대는 두 사람은 늙고 쭈글한 큰 호박에 집중하고 있었다. 본즈의 말을 무시하고 커크와 함께 속을 파내는 모습을 보니 본즈의 속도 같이 파내지듯 한숨이 터져 나왔다. 진짜 호박을 파서 머리에 쓰게 되면 무거울 거라고 몇 번이나 주의를 줬었다. 조안나는 본즈의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실망한 기색을 감출 수 없기 때문이었다. 커크는 그런 아이에게 시선에 맞춰 쭈그려 앉고서 달래주었지만, 이미 퉁퉁 부은 볼은 팩 돌아서서 2층으로 뛰어갔다. 그 뒤를 쫓아간 커크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보지 않아도 뻔했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이게 화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커크와 나란히 앉아서 잘 익은 노란색 속을 파내고 어떤 모양으로 겉을 잘라낼지 그림까지 그린 아이 앞에서 초치고 싶은 아빠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한숨을 푹 쉬고 팔을 걷어붙였다. 어질러진 주방과 거실을 빨리 정리하기 위해서 털썩 앉는걸 보더니 커크와 조가 씨익 웃는다. 누가 보면 판에 박은 듯 닮아서 본즈가 소외감이 들 정도였다.
요리라고는 해본 적 없는데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리플리케이터에서 적당히 뽑아내던 생활에 어느새 익숙해져 있었다. 그렇게 싫어하던 우주에서 지구로 돌아왔는데 직접 뭔가를 만드는 건  장난감 호박 탈이라도 사주면 되지 않을까 했던 것이 두 사람의 고집으로 결과물을 만들었다.

"다 됐다!"
"그렇게 좋아?"

동시에 본즈를 향해 돌아 본 조안나와 커크의 얼굴은 땀과 호박 찌꺼기가 묻어 엉망이었는데도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부스스한 머리를 끌어안고 그대로 뒹굴고 싶었지만, 정리가 되지 않은 바닥에 위험한 물건들이 많았기에 손을 닦고 볼을 부비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제 써보는 일만 남았는데 예상대로 무거워서 자꾸만 머리가 기울었다. 우주를 3번 구하는 것보다 어쩌면 어려울지도 모르는 사태에 직면한 커크는 양 손으로 호박을 받치며 본즈를 돌아봤고 이 사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된 본즈는 어깨를 으쓱하며 지휘부 수석답게 해결해주길 바랐다. 애초에 예상했던 결과를 이렇게 벌린 것은 커크였기 때문이다.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

 

2. 스후라

이미 몇 세기나 지난 행사가 아직까지 이어지는지 의구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특히나 다른 행성에서 나고 자란 스팍의 경우 자신의 연인인 우후라가 태어난 지구의 행사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로지컬하다고 할 수도 있었다. 그러니까 오래된 서적과 데이터를 찾아본 결과로 죽은 자가 돌아오는 날이라는 걸 알 수 있었지만 그 복장을 굳이 해야 하는 이유까지는 찾을 수 없었다. 적어도 자신은 아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사탕을 받으러 다닐 나이는 지났고 그렇다면 굳이 이런 복장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일로지컬하다는 결론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물론 우후라가 즐거운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면의 인간과 벌칸이 충돌하는 일 없이 순수하게 부끄러웠다.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데?"
"그렇습니까."

귀 끝이 초록빛으로 물들고 시선을 둘 곳을 찾지 못해 이리저리 굴리다가 안착한 곳은 괴상한 모양의 막대기였다. 마법사의 복장이라고 했지만 화장과 소품을 봤을 때 마녀에 가까웠다. 빗자루를 타지 않고 손에 쥐고 있었지만 지팡이가 아닌 것만으로 충분히 다른 복장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몇 세기 전 조상들은 성별에 따라 복식과 화장을 다르게 했었다니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긴장으로 뻣뻣하게 굳고 빗자루를 쥔 손에 땀이 배여 나왔다.

"가방이나 모자에 사탕을 받으면 되겠다."
"한 가지 질문을 해도 되겠습니까?"
"응?"

모처럼의 질문에 언제든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던 우후라가 왼팔은 허리를 짚고 오른손으론 스팍의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밤이라 쉽게 눈에 띄진 않겠지만 초록빛으로 달아오른 얼굴을 누군가 보는 건 꽤나 질투가 나는 상황이기에 화장이 지워지지 않았으면 했다. 물론 그런 바람은 스팍이 모르는 것이었다.

"왜 흡혈귀인가요?"
"그거야 당연히,"

속눈썹이 한껏 날리다가 가까이 다가 온 우후라에 웬만하면 표정 변화가 없는 스팍의 인상이 당혹으로 물들었다. 그 표정을 꽤나 천천히 즐기던 우후라는 검지로 스팍의 턱 끝을 간질이며 말을 이었다.

"당신의 피를 원해서 그렇죠."
"음. 준비가 다 되었다면 이만 나가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평소와 다름없는 정중하게 권하는 말이었지만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는 스팍은 꽤 귀여웠다. 우후라는 평생 이 콩깍지를 벗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스팍은 복장 때문에 어색해서 그런 것이라고 변명하기엔 머릿속 가득 메운 단어는 로지컬 뿐이었다. 마치 고장 난 컴퓨터의 에러 메시지를 토하듯 연신 경고를 울려댔지만 인간인 스팍의 경우는 이를 무시해도 충분했다. 우후라 앞에서 이런 멋없는 모습을 보이고 마는 것도 결국은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서.

 


3. 벤술루+데모라

이번에는 꼭 지구에서 휴가를 보내겠다고 했던 덕분인지 일정이 조율되서 무사히 집에 도착한 술루는 마중 나오지 않은 벤과 데모라에 의아했지만 깜짝 파티라도 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기대에 차있었다. 그리고 현관문을 열었을 때 안이 어둡길래 확신에 차서 점등했다. 현관부터 거실까지 점차 밝아지는 빛에도 서프라이즈 멘트나 인기척은 없었다. 혹시라도 바닥에 무언가 쓰여 있진 않은가 메모나 화살표가 없나 살펴봤지만 그런 건 없었다. 굴러다니는 펜이나 양말이라도 봤으면 어쩌면 그러면 이렇게 덜 불안했을 텐데 그 불안은 마치 현실처럼 욕실 문을 열어도 안방 문을 열어도 텅 비어있다 못해 싸늘한 냉기마저 감돌았다.
어쩌면 데모라의 친구집에 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저녁을 먹고 늦게 온다던가. 아직 7시니까 충분히 가능성 있었다. 그러나 쉽게 패드에 손이 가지 않는 건 어째서일까. 펜싱 결승전보다 긴장될 정도로 입술이 바짝 말랐다. 머리카락이 한 가닥 떨어지면서 퍼뜩 정신이 들었다.
오늘이 무슨 날이었지? 어떤 행사가 있었지? 데모라가 즐겁게 얘기했던 파티가 뭐였지? 혹시 데모라가 사탕을 많이 먹어도 괜찮냐고 조심스레 물어보던 벤은?
몇 가지 추측은 현실이 되었다. 할로윈 데이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행사였지만 모처럼의 파티니까 들떠있었던 아이의 얼굴을. 그리고 누군가와 만난다고 했었는데 일이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잠시 잊고 었지만, 그게 누구인지 이제야 기억 난 이유를. 휴일 첫날부터 다시 상사의 얼굴을 봐야 하는 술루의 기분은 착잡하기 그지없었다.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비밀이어도 되는 거야?"

누구에게 하는 푸념인지도 모를 말을 던지고 나자 오히려 홀가분한 기분으로 가방을 던져놓고 혹시 제 몫의 의상이 있는지 살폈다.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방에 고개를 조금만 돌렸으면 알 수 있을 옷걸이에 걸린 의상과 컨셉 사진에 인상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의상을 갈아입고 찍은 벤과 데모라의 사진을 발견하자마자 슬며시 번지는 미소를 막을 수 없었다.

 

4. 체콥스콧

느긋하게 홍차를 마시다가 우주 폭풍이라도 맞은 것처럼 화들짝 놀란 스코티는 눈앞의 푸른 눈을 반짝이는 소년에 이마를 칠 수 밖에 없었다.

"네가 평소에 날 어떻게 보고 있는지 잘 알겠다."
"예? 쩌눈.. 그러니까,"
"됐다. 그래서 괴상한 코스프레를 우리 둘만 한다고?"
"아니오! 쩨가 알기로눈.."

당황하지 않고 손가락을 하나하나 꼽으며 말하는 이름들에 더 듣지 않아도 된다며 손사레 친 스코티는 의자에 몸을 깊게 묻고 아까 보다 더 얼굴일 붉어졌다가 하얗게 질리더니 심각한 인상이 되었다. 델타베가에 남겨졌을 때도 이렇게 충격적이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향이 좋던 차맛이 이렇게 씁쓸한지 아는 양반의 입버릇이 튀어나올까 입을 틀어막았다. 빌어먹을이든 젠장 맞을이든 아무튼 술도 아니고 차를 마시자고 할 때부터 분위기가 요상하다고 했는데 무슨 파티 나부랭이도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해야 장단을 맞추지, 애들 장난에 놀아나는 것처럼 한숨이 터졌다. 애랑 놀고 있으니 애가 하고 싶다는 건 어울려 줘야지. 이런 생각을 말로 하면 애 취급 한다고 양 팔을 붕붕 흔들게 뻔 하기에 눈만 슬쩍 내리까는 것으로 참아냈다.

"그래서. 뭘 하고 싶다고?"
"유령이랑, 우음.. 미라입니다."
"거, 너랑 딱 어울리긴 한데.."

"쩨가 붕대 예쁘게 말아 드리겠숩니다!"

설마 자신이 미라라고 생각도 못했던 스콧은 뭔가 잘못 들은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해사하게 웃는 낯에 침을 뱉기는커녕 눈이 부셔 제대로 시선을 두지도 못할 얼굴을 하고 아무렇지 않게 양 손에 들린 흉기(분명 분장 도구겠지만 스콧의 눈엔 그랬다.)를 가져오는데 헛기침과 딸꾹질이 섞여 괴상한 소리를 냈다. 체면이 영 말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볼 것 못 볼 것 다 본 사이에 어떻나 싶기도 했다.

 

5. 225x. 10. 31 17:01

몇 세기 전에나 사용할법한 구식인 집은 본즈보다는 커크의 취향에 가까웠다. 자동으로 열고 닫히는 건 함선 안이면 충분하지 않겠냐면서 본즈에게 동의를 구할 때도 이미 집을 사고 난 뒤었기에 인테리어조차 멀끔하게 된 집에 별다른 토를 달지 못했다. 손잡이를 돌려서 열어야 하는 불편함도 클래식해서 좋지. 하고 웃던 커크의 취향이었다. 그런 문을 손을 뻗어 열면서 뛰쳐나온 사랑스러운 데모라를 맞이하는 건 조안나였다. 손님맞이에 인사까지 갖춰 하는 둘은 마치 짠 것처럼 모자와 주머니를 내밀며 커크와 본즈, 그리고 벤을 향해 내밀었다.

"Trick or treat!"

본즈는 험한 인상으로 커크의 옆구리를 찔렀고, 늑대 옷의 앞주머니에 들어있는 사탕을 한 움큼 쥐고 쏟아 부었다. 은은한 불빛에 떨지는 사탕은 별처럼 반짝거렸다. 아이들의 눈이 크게 떠지는 걸 확인하자 뿌듯해진 커크는 실제로 야광 사탕도 있다고 덧붙였다.

"어떤 게 빛나는 사탕이에요?!"
"한꺼번에 먹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데모라가 껍질을 까려는 순간 벤과 본즈의 말리는 소리가 들리고 커크가 재빨리 모자에 든 사탕 몇 개를 집어서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아마 껍질 색에 따라 빛이.."

커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노란색과 파란색 사탕을 집어 입에 쏙 넣은 데모라와 조안나는 씨익 웃었다. 얄밉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한 얼굴이었다. 과연 얼마나 빛이 나는지 불을 끄자 볼 한쪽에 들어있는 색만 비춰서 신기하다고 꺄르르 웃는 소리가 거실을 울렸다. 그러다 시선을 돌리자 열심히 속을 파낸 호박이 괴기하게 웃고 있었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자 미리 장식했던 전등을 켰고 주홍색으로 반짝이는 불빛에 제법 분위기가 있었다.
아직 부산스러운 분위기였기에 밖에서 누가 찾아왔는지 몰랐다. 문을 부술 기세로 두드리기에 겨우 눈치 챈 본즈가 "젠장! 누구냐?"하고 문을 벌컥 연 순간 마주한 얼굴은 우후라였다. 아마 커크가 맞이했다면 면상에 한마디라도 쏘아붙였겠지만 당황하는 본즈의 얼빠진 얼굴에 순식간에 화가 누그러든 우후라는 언제 그랬냐는 듯 방긋 웃으며 "닥터~!"하고 달려들었고, 그 뒤에 서있던 스팍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분명 모자 때문에 눈에 띄었을 텐데도 색이 어두워서인지 평소보다 그늘진 느낌마저 들어서 발견하는게 늦었지만 분명 문이 닫히기 전에 들어왔다. 스팍이 너무 조용해서 커크가 조안나의 귀에 "진짜 마녀가 왔다."고 속삭이는 것에도 일로지컬하다고 대꾸하지 않는 것이 의문스러울 정도였다.
어디에 모이라고 한 적도 없었는데 갑자기 시끄러워진 집에 어쩌면 준비한 것이 모자랄지도 모르겠다 싶었던 본즈는 방금 온 스팍과 우후라를 겨냥한 말이 분명한 말을 했다.

"사탕 준비한 사람?"
"벌칸도 있는 곳에서 종족 차별적인 발언입니다만, 닥터."
"지금은 마녀잖아요!"
"맞아요, 아저씨!"

본즈가 포괄적인 단어를 사용했다고 말하기도 전에 마녀인 스팍에게 달려드는 작은 악마 조안나와 동화에 나오는 수트와 모자를 갖춰 입은 토끼, 데모라의 합동 공격이 이어졌다. 게다가 아저씨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서인지 스팍은 적지 않게 당황했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의 말처럼 오늘, 지금 복장으로는 누구든 살아있는 생명체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로지컬하다며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마녀 복장을 한 건 자의가 아니었다고 얼굴이 터져라 웃고 있는 늑대인간, 커크에게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쪼은 저녁입니다~! Trick or treat!"
"우리가 마지막 손님인가?"

푸른 눈의 유령과 키가 작은 미라의 방문에 또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겉으로만 봐선 꽁꽁 싸맸기에 체콥과 스콧이라는걸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특유의 말투까지 숨길 수 없었다. 본즈는 그들을 맞이하면서 벤과 데모라의 눈치를 봤다. 진작 도착해야 할 사람이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문을 등지고 앉은 데모라의 앞에서 분장한 얼굴을 손으로 가린 벤은 곧 올 거라고 달래주었다. 슬쩍 눈치를 살피던 스콧은 어느 때보다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런데, 의사양반. 본즈면서 왜 해골분장을 하지 않은 거요?"
"뻔 한 분장은 재미없잖아. 그리고.."
"왜?"

스콧의 질문에 답하면서 본즈는 얌전하게 앉아있는 강아지 같은 늑대인간, 커크에게 시선을 던졌다.

"짐이 자기만의 본즈를 뺏기는게 싫다나 뭐라나~"
"하이고. 눈꼴 시려서 원. 내가 오래 살았나."
"그, 그런 쏘리 하지 마십쒸오!"
"애 울리지 마라, 스코티."

어디서 나타났는지 스콧이 죽는 소리를 하니까 달려온 체콥은 흰 천을 펄럭거리며 오느라 우후라에게 받은 사탕을 줄줄 떨어트렸다. 오래 사셔야 한다고 허리에 매달리는 체콥에 아닌척 하면서도 기분 좋아진 스콧은 헛기침을 하면서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지만 체콥에게 질세라 본즈의 어깨에 찰싹 붙은 커크에 전혀 나아지질 않았다.

"... 하. 맞게 찾아왔네요."
"아빠!"

때마침 등장한 술루가 구세주인 것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본즈는 뒤에서 뛰어오는 소리에 놀라 몸을 비켜야 했다. 벤에게 매달려 있었던 아이는 한달음에 달려가 술루 품에 안겼다. 떨떠름했던 얼굴이 절로 미소가 번지고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곁에 선 벤은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 눈물을 감추려고 몇 번이나 눈을 깜빡였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술루는 자신이 왜 프랑켄슈타인이냐고 물으려고 했지만 좀비 분장을 한 벤을 보니 그런 말이 쏙 들어가 버렸다. 지나치게 어울린다고 말하면 삐칠까 말도 못하고 숨을 참자, 은근하게 어깨를 감싸면서 다가온 벤에 금세 분위기가 잡혔다.
어차피 이런 이벤트는 아이들을 위한 것이니 어른은 빠져 주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물론 여기서 아이들에 언제나 문제를 일으키는 커크도 포함이었다. 본즈의 다크서클이 분장인건지 진짜인지 안쓰럽게 생각하며 오랜만에 깍지를 껴며 주방으로 사라졌다. 물론 바닥에 떨어진 사탕을 주우러 온 데모라와 조안나는 식탁 아래서 재빨리 거실로 기어갔고, 덕분에 어른들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을 수 있었다.
우주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는 우후라와 스팍 앞에서 얌전히 듣고 있던 아이들은 꾸벅꾸벅 졸다가 알맞은 타이밍에 쿠션을 밀어 넣는 체콥의 재치 덕에 바닥에 머리를 박지 않을 수 있었다.
이런저런 정리를 끝내고나니 본즈는 구석 소파로 밀려나있었다. 역시 아저씨에게 이런 분위기는 맞지 않으니까 자연스레 뒷걸음치다가 옆에 헛기침을 하는 스콧에 반가움이 만연했다. 그 얼굴에 사탕보다는 역시 술 아니겠냐고 나중에 한잔하자면서 대화를 이었다.

"아니, 술이 든 초콜릿은 있는데 왜 술이 든 사탕은 없는 건지."
"어차피 맛만 나는 거라면서 먹지도 않았잖아."
"그렇다고 달기만 한 걸 먹어서 뭣하나 싶은 거지."
"무슨 말을 그렇게 재밌게 해?"

갑자기 끼어든 불청객에 쉴새없이 놀리던 본즈의 입은 다물어지고 시선을 슬금 피하는 스콧의 어깨를 힘줘서 잡는 손은 커크였다. 이런 곳에서 상사를 만나야 하는 자신의 심정을 아냐는 술루의 투정을 막 받았던 참이라 쫓겨나듯 자리를 피했더니 이쪽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짐, 그러지 말고 친구를 사귀지 그래?"
"본즈.. 무슨 그런 섭섭한 말을 해?"
"이보쇼. 댁들 사랑싸움 할 거면 저리 가쇼. 술맛 떨어져."
"스코티! 술 가져왔어?!"
"아니, 내가 아니고.."

식은땀을 흘리는 스콧의 시선 끝에 닿은 것은 곱슬거리는 연한 금발의 체콥이었다. 해맑게 웃을수록 번지는 분장에 놀랐지만 손에 든 브랜디는 최고급일게 분명했기에 그를 자리에 앉히는데 극진하게 모셨다. 체콥은 어깨에 팔을 두른 본즈가 어색했고, 자리를 비켜주며 사이에 앉으라고 하면서 눈은 술병에 꽂혀있었다. 와인의 숙성된 맛보다 목이 타들어가는 진한 맛이 진정한 술이라고 말하는 세 사람에 커크는 또 혼자가 되었다.

"아빠!"
"응?!"

술을 마시고 분위기가 고조되니 잠에서 깬 아이가 아빠를 찾았다. 그 소리에 고개를 돌리는 사람이 네 명이나 된다는 사실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딸이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살겠어요?"라고 말하는 우후라의 비유적인 표현에 진지하게 "우리도 아이를 가질까요?" 묻는 스팍의 귀 끝은 또 푸르게 물들었다. 그런 말이 아닌걸 알면서도 등짝을 때리지도 그렇다고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도 못하는 우후라도 그런 마음이 아주 없는건 아닌 것 같아서 지켜보던 스콧의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체콥의 옆구리를 찌르며 내년에 기대되지 않냐는 말을 걸었지만 어린 소년은 대답할 정신이 없었다.

"이런."
"체콥은 술이 센 거 아니었나요?"
"어쩔 수 없지."

본즈는 뻗어버린 몇몇 사람들을 보고 들쳐 업으려다가 거실에서 다같이 자면 어떻겠냐는 커크의 제안에 무슨 또 헛소리를 하는 거냐고 쏘아봤다.

"이대로 자겠다고?"
"하지만 방이 모자라잖아, 본즈."
"깨워서 옮겨도 되긴 한데 아이들은 다시 재우기 힘들거 같아서요.."

벤의 정중한 부탁에 구겨졌던 미간이 잠시 펴진 본즈는 고민을 하다가 알겠다면서 커크와 함께 이불과 베게, 쿠션과 담요를 있는 대로 준비해서 가져왔다. 널찍했던 거실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찾아오고 누웠던 적이 있는지 새삼스러웠다.

"조는 언제 잠들었어?"
"네가 술마실 때."
"짐. 그렇게 말하면 내가 아이를 버려두고 술만 마시는 아빠 같잖아."
"사실이잖아."

끝을 모르고 속닥거리는 소리가 신경 쓰였던 술루와 스콧은 뒤척거림과 헛기침으로 눈치를 줬고 그제야 입을 다문 커크와 본즈는 나중에 얘기하자며 바로 누웠다. 그러면서도 손깍지는 풀지 않아서 살풋 웃음이 나는걸 참으며 본즈는 제 쪽으로 손을 끌어 커크의 손등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아마 방에 들어가서 잤다면 시끄럽다고 난리쳤을지도 모른다.

무제205_20191107195126.png

​로고를 선택하면 홈페이지로 돌아갑니다.

bottom of page